코로나에 갇힌 일주일…소나무 1년치 탄소량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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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4-18 09:19 조회1,98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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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 팬데믹 ① ◆

![일주일간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각각 자가격리와 재택근무를 한 한상헌·김정석 매일경제 기자(왼쪽부터)가 자신들이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https://file.mk.co.kr/meet/neds/2022/04/image_readtop_2022_342415_16502348505012543.jpg)

#자가격리자
'플라스틱'으로 된 코로나19 검사기에 선명한 두 줄이 나타나면서 지난 1일 자가격리가 시작됐다. 독거생활자이지만 든든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있기에 걱정되지는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배달앱을 열어 보쌈세트를 시켰다. 문 앞에 배달된 비닐봉투를 열자 예닐곱 개의 플라스틱통이 쏟아졌다. 보쌈, 보쌈김치, 콩나물국은 물론이고 고추, 마늘, 새우젓, 양념장 등이 모두 일회용 플라스틱에 안에 담겼다. 음식 보온을 위한 온수마저 비닐팩 형태였다.
설렁탕이나 죽 같은 단품 메뉴도 마찬가지였다. 죽 한 그릇 시켰을 뿐인데 배달된 플라스틱 그릇만 5가지였다. 지난 7일 점심엔 설렁탕을 주문했는데 국물과 밥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왔고 김치, 파, 국수 등은 비닐과 지퍼백에 담겨 왔다. 가짓수만 10가지에 달했지만, 이 중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없었다.
예전에는 동네 중국집에서 다회용기로 배달시키던 짜장면도 배달앱을 통해 주문하니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왔다. 중국집도 비용 문제로 그릇을 수거하는 시스템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단무지와 양파 등은 스티로폼 용기에 배달해와 재활용하기 곤란했다. 자가격리 기간 주문한 배달음식에서 일회용품만 73개가 나왔고, 이 중 플라스틱은 36개나 발생했다. 평균적으로 주문 1건당 3.6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온 셈이다.
#재택근무자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보려 피자나 샌드위치처럼 간편한 메뉴를 시켰는데 오히려 배신감만 커졌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쓰레기들이 남았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구성이 단순해 보이는 피자에 일회용품 13개가 있었다. 피클에 각종 소스는 물론이고 라지 사이즈 피자 한 판에 피자를 고정하는 '피자 세이버'가 3개나 사용됐다. 할인 안내 따위의 홍보 전단 3장도 포함됐다. 한 카페에서 주문한 커피와 샌드위치 세트에도 폐기물 13개가 나왔다.
샌드위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포장했기 때문이었다. 주먹만 한 샌드위치 하나에 일회용품 4개가 소요됐다. 일주일 재택근무 기간 동안 배달음식에서 나온 플라스틱 폐기물은 55개, 전체 일회용품은 98개였다. 98개의 폐기물 중 재사용이 가능할 만한 것을 추리니 고작 14개뿐이었다.
기자 2명이 일주일간 배달음식에 의존해 각각 자가격리와 재택근무 생활을 했다. 매끼 배달시킨 음식은 달랐지만 남는 것은 늘 같았다. 원소기호로는 'H2C=CHCl', 정식 명칭으로는 '폴리바이닐 클로라이드', 우리가 쉽게 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배달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할 때마다 플라스틱 용기들이 집 안에 수북하게 쌓여갔다. 선사시대 조개무지처럼 먼 미래에 20~21세기의 지층을 확인한다면 이 시대는 분명히 '플라스틱기'로 기록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사회'는 이렇게 플라스틱에 의지해 굴러가고 있었다.
일부 프랜차이즈 가운데 '친환경 용기'를 도입한 곳도 있었다. 다른 프랜차이즈의 일회용품과 달리 사용 후 땅에 매립하면 자연 분해되는 제품이다. 하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도권 등이 쓰레기 매립을 금지한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른 프랜차이즈의 종이 소재 일회용컵 등도 재활용이 어렵다. 겉면에 비닐이 코팅돼 있어 일반적인 종이 재질과 다르기 때문이다. 배달음식으로 시켜먹는 일회용품은 재활용하기 힘들었다. 대부분 일회용기에 음식과 반찬이 들어 있어 용기에 국물 자국이 남는 등 한번 쓰면 버려야 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 정도만 다시 세척해 재사용이 가능했다.
모든 플라스틱은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자가격리 생활 중 발생한 플라스틱이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계산해봤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성적표지 평가계수'를 이용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용기의 자체 탄소배출량을 계산했다.
계산하기 어려운 혼합 재질을 배제한 나머지 재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약 2.07㎏으로 추정됐다. 이 플라스틱은 소각 과정에서 추가로 1.59㎏의 탄소가 배출된다. 자체 탄소배출량을 더하면 일주일 동안 배달음식 사용으로 3.67㎏의 탄소를 배출하는 셈이다. 이는 20년생 소나무 한 그루가 1년 내내 흡수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의 대가가 결국은 지구라는 생명체의 폐 기능을 약화시키고 점점 한계 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일회용품은 종류별로 완전히 없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사용 후 쓰레기가 됐을 때 자연환경 속에서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으로 종이 2~5개월, 나무젓가락 20년, 일회용컵 2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야 한다. 특히 플라스틱 병·용기, 알루미늄 캔, 스티로폼 등은 50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배출하는 일회용품을 처리하려는 노력이 크게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회용품에서 다회용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다회용기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와 다회용기 배달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식점 프랜차이즈 본사 등의 주된 수익이 일회용품 판매"라며 "프랜차이즈 사업의 특성상 일회용품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맹점에도 선택권을 부여해 다회용기를 같이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소장은 "다회용기는 수거·세척 비용 등이 들어 일회용품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며 "이를 소비자 비용으로 전가해 음식 가격에 다회용기 이용료를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가치 소비' 마케팅과 다회용기의 장점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