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도 성남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를 찾아 SK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직접 격려하고 나섰다. 지난해 9월 후보자 시절 당시 경북 안동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생산공장을 찾은 데 이어 25일엔 당선인 신분으로 본사를 찾았다.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윤 당선인을 직접 맞이해 안내했다. 윤 당선인과 최 회장은 지난 22일 부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대회'에 이어 3일 만에 또다시 만남을 이어갔다.재계에서는 새 정부와 SK그룹, 나아가 기업과의 협력이 강화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이날 윤 당선인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찾은 것은 백신 주권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행보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백신 개발에 사용되는 동물세포의 추출 과정부터 배양·발효·정제·분석에 이르는 연구개발 모든 과정을 직접 참관했다. 또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산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늘 헬멧을 쓰고 중화학공업을 상징하는 대형 공장들을 많이 다녔는데 저희는 앞으로 연구소를 많이 다녀야 할 것 같다"며 "이 연구실에 엄청난 국가 잠재력과 우리 국민의 먹거리, 경제, 보건, 안보가 다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 시장 기능을 존중하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재정의 폭 내에서 효율적인 방안을 전문가 조언을 들어 마련하겠다"며 "적어도 '돈이 없어서 개발을 못한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에 동행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도 "(이곳에 두 번째) 방문인데, 대한민국 상징이 될 회사라고 생각했다"며 "실패를 거듭해야 성공이 보이는 분야가 바이오 제약인데, 예산 문제로 발전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은 다른 방식"이라고 치켜세웠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의 안전성과 생산성인데, 통상 10년은 걸리는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하면서도 이를 사수하기 위한 어려움이 컸다"며 "어렵게 축적된 백신 개발 역량을 국가가 지속해 나가기 위해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사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후보 물질 GBP510이 임상 3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가 초읽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 발표에 따르면 3상 실험 결과 면역원성(단백질 의약품이 체내에 유입됐을 때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성질) 측면에서 대조 백신인 '백스제브리아(Vaxzevria)' 대비 GBP510의 우위성이 입증됐다. 백스제브리아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다.
GBP510은 코로나19 감염성을 중화해 예방 효과를 유도하는 중화항체 분석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대비 중화항체를 월등하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높은 면역원성으로 인해 항체 형성률이 높았다는 의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향후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해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상반기 내에 국내 승인을 받아내는 게 목표다.
한편 사회복지문화 분과 백경란 인수위원은 이날 브리핑서 "아스트라제네카 대비 국산 1호 백신의 면역성이 2.2배 더 우수하며 6월 정도에 백신이 승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보건안보 관점에서 바이오헬스 분야 육성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 직속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 설립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글로벌 메가펀드 조성 △바이오헬스 특화 규제 샌드박스 △의료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