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코로나·우크라戰 여파… 세계 곳곳 식량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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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6-08 10:55 조회1,77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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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P·FAO 공동보고서
식량·연료값 급등… 세계경제 위협
지구촌 수백만명 굶주림 내몰려
“식량위기 퍼펙트스톰” 경고
에티오피아·남수단 등 6개국
국제식량기구 “최고 경계지역”
기아·극도의 영양실조 시달려
상시적 내전·가뭄 노출지역에
수급불안정… 식량가 상승까지
결국 가장 가난한 곳부터 잠식
국내 식량자급률 46%… 곡물 20%
밀가루 대체 ‘건식 쌀가루’ 개발 등
정부 수입 의존도 낮추기 안간힘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분쟁과 기후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수십개 국가가 식량위기에 직면했다는 국제기구의 경고가 나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6일(현지시간) 공동으로 발표한 ‘굶주림의 핫스폿 - FAO·WFP 급성 식량 불안정에 대한 조기경보’ 보고서에서 “분쟁과 폭염, 홍수 등 극한의 날씨, 코로나19의 지속적인 영향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과 연료 가격 급등을 불렀고, 이는 세계 수십개 국가, 수백만명을 빈곤과 굶주림으로 몰아넣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미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상승 중인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을 악화시켜, 모든 지역의 경제 안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식량 가격 급등은 반복적인 가뭄과 홍수 등의 기후충격과 맞물릴 경우 더욱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됐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현재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페루, 스리랑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식량위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지금 ‘가난한 사람 중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물론, 그럭저럭 살아가던 수백만 가정마저 위협하는 퍼펙트 스톰(악재가 동시에 발생한 폭발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몇 달간 극도의 빈곤이 예상되는 빈곤위험지역에 시급한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면서,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 남수단, 예멘,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6개국을 재난에 직면한 최고경계지역으로 꼽았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등은 가뭄을, 남수단은 4년째 대규모 홍수를 겪고 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은 이와 관련해 이날 흑해의 러시아 군함 탓에 곡물 수백만t이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 발이 묶였다면서 “러시아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파종과 수확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것은 식량 가격을 상승시키고 사람들을 빈곤으로 몰아넣으며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글로벌) 식량위기의 책임은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고 규탄했다.

◆하루 1.9弗로 버틴 阿 최빈국 ‘식량재앙’ 가장 먼저 닥쳤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가 6일(현지시간) 재앙 수준의 식량위기에 몰렸다고 언급한 국가는 아프리카와 중동 빈곤국에 집중돼 있다.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빈곤국의 수급 불안정 우려가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WFP와 FAO는 공동보고서(‘굶주림의 핫스폿 - FAO·WFP 급성 식량 불안정에 대한 조기경보’)에서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 남수단, 예멘,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6개국을 재난에 직면한 최고경계지역으로 꼽았다.
이들 국가는 식량 가격 상승과 함께 내전과 가뭄 등이 겹치며 식량 수급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곡물과 비료 수출이 막히면서 기아, 사망, 영양실조가 심각한 상황에 몰렸다.
보고서는 이들 지역에서 최대 75만명이 기아와 죽음에 직면했으며, 이 중 40만명가량이 내전 중인 에티오피아 북부 티그라이 지역에 몰려 있다고 전했다. 북동부 지방에서 내전을 겪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이달부터 식량 불안정에 빠질 것이라고 봤으며, 남수단은 전역에서 이미 식량 공급 불안정이 심각한 수준이나 사정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식량 수급 안정을 위해선 우선 우크라이나에 쌓인 곡물 약 2000만t의 수출이 절실하지만, 오데사 등 주요 항구가 봉쇄돼 어려운 상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현재 지지부진한 해상 통로 확보 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선박과 선원 충원부터 보험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겨울에 심은 곡물도 수확될 예정이나 저장 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이를 보관할 장소를 찾지 못하면 그 여파가 내년까지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지금 상황은 2011년 ‘아랍의 봄’이나 2007∼2008년 식량 가격 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의 약 7억명이 세계은행의 ‘극심한 빈곤’ 수준인 하루 1.9달러(약 2400원)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며 “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 수백만명이 추가로 이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보고서에서 식량위기가 2024년 이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S&P는 식량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빈곤국의 사회 안정, 경제 성장,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국가의 경우 식료품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보다 높아, 물가에 더 큰 부담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김지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농업관측팀 전문연구원은 7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식량 가격은 생산량 상위 국가의 수출량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라며 “개발도상국의 수입액 부담이 커지며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식량 수급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가격을 추가로 밀어 올리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인도가 수급 우려로 밀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자 밀 선물 가격이 급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곡물값은 연쇄 상승 조짐을 보인다. 인도에 이어 세계 2위와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과 태국은 밀 가격은 높은 데 반해 쌀 가격은 낮은 수준이라며 자국 농민 보호를 위해 쌀 수출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김 연구원은 “주요 생산국이나 수출국에서 식량보호무역으로 기조를 전환하면서 전반적인 식량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실제 대두의 경우 수급은 좋을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보호무역 우려로)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체식물 개발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현지에서 생산되는 작물인 테프, 카사바 등에 관심을 보인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빵 생산을 밀 대신 카사바로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 해 200만t 먹는 밀가루 자급률 1%도 안돼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해마다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밀과 옥수수 등은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식량주권 차원에서 식량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대체식품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020년 기준 45.8%다. 1993년(61.3%)까지 60% 이상을 기록하던 식량 자급률은 1994년(52.4%)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진 이후 최근에는 40%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식량 자급률 중 곡물 자급률은 더욱 낮다. 2020년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0.2%에 그쳤다. 품목별로는 쌀 92.8%, 보리쌀 38.2%, 밀 0.8%, 옥수수 3.6%, 콩 30.4%, 서류(감자·고구마 등) 105.6% 등이다.

식량 자급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식량주권 확보를 약속했다.
정부는 밀·콩 전문 생산단지 및 전용 비축시설 확보,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공급망 확보 등을 통해 밀과 콩의 자급률을 2027년까지 7%·37.9%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도 취임과 함께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식량주권 확보와 밀가루 대체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건식 쌀가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 장관은 2016년 농촌진흥청장 재임 당시 ‘쌀가루 산업 활성화 프로젝트’를 추진, 세계 최초로 쌀가루 전용 벼 품종인 ‘한가루’를 개발했다.
정부는 국민이 연간 200만t 이상 소비하는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한다면 수입 의존도 문제와 함께 쌀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장관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는 이달 12∼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식량위기 대응 관련 WTO 차원에서 논의 예정인 각료선언에 적극 참여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